NEWS

NEWS

디자이너들이 레스토랑 주방에서 놓치는 것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12-05 07:29
조회
529

레스토랑의 엔진, 주방을 디자인하는 이들, 유닛키친시스템 ②

*이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unitkitchensystem.com/news/?mod=document&uid=50


Interview 유닛키친시스템 김희준 대표



김희준 대표 ⓒ 유닛키친시스템

━ 레스토랑의 주방에 디자인이나 설계라는 말은 생소해요.

우리나라 주방시설은 정형화되어 있거든요. 불편하더라도 요리사에게 익숙한 공간을 선호해요. 늘 하던 형태니까요. 주방을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도 이용하는 사람이 그 이상을 원하지 않으니까 한계가 많았죠. 그래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가능했고요. 예전 에피소드를 한 가지 말하면 꽤 유명한 셰프가 맡고 있던 레스토랑이었는데 그 주방을 제가 맡아서 세팅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서 연락이 왔어요. 셰프가 바뀌어서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요. 요리가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 주방 자체를 다시 공사해야 한다니 놀랐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주방이라는 공간이 여러 사용자와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셰프 한 명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하지만 최근 10~20년 동안 레스토랑 주방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어요. 뉴욕이나 파리의 유명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주방을 경험하고 돌아온 이들이 늘어나면서 기존과는 미래를 담은 주방을 원하고 주방에 머무르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기는 셰프가 많아졌죠. 변화가 가능한 공간이나 최신식 장비 등 주방에서 새로운 방향과 결과물을 담을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는거죠.

━ 말한 것처럼 주방은 결국 셰프나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와 협업하잖아요. 주로 어떤 곳과 일했나요.

임정식 셰프나 김병진, 박성배, 윤화영, 코리 리, 강민철, 임상현, 김세경, 김태민, 박무현, 박현택 셰프의 주방을 주로 디자인했어요. 매일유업이나 신세계푸드, CJ, SPC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주방을 설계하고 시공하기도 하죠. 건축가는 유이화 소장님이나 김영래 대표, 조병수 건축가와 일했어요. ITM 유이화건축사사무소의 블루닷과 유동룡미술관의 주방을 맡았고, 디피제이파트너즈, 계선인테리어와 오데마피게 AP하우스나 그 외에도 밝히기 힘든 다양한 프라이빗 키친을 설계했어요.

━ 파인 다이닝 셰프들과 기업들이 유닛키친을 찾는 이유가 있을까요.

셰프나 기업들이 저를 찾는 경우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첨단 주방을 국내에 들여올 때예요. 국내에 없는 새로운 장비나 새로운 콘셉트의 주방을 디자인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장비나 콘셉트가 국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하고요.

요즘은 대기업이나 럭셔리 브랜드가 별도의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을 많이 원해요. 어느 공간에 찾아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 유명 셰프를 초빙하거나 총수가 직접 요리하고 배우는 커뮤니티가 늘어나는 추세거든요.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프랑스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시그니처 요리가 3개가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그만큼 요리가 식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서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는 거죠.

━ 일반인이 생각하는 주방과 셰프의 주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TV나 OTT, 혹은 SNS를 통해 주방이 워낙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오픈 키친도 많아져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방의 기준이 많이 올라갔죠. 다만 가정의 주방과 셰프의 주방은 절대적으로 달라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셰프의 철학과 노하우, 음식에 대한 열정과 탐구죠. 자신만의 콘셉트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주방이라는 공간에도 녹아 있어요. 물론 위생이나 서비스를 고려한 동선처럼 전문적인 디테일도 있고요.



오니바 주방 전경(왼쪽), 한남동 프라이빗 다이닝 키친(오른쪽) ⓒ 유닛키친시스템

━ 셰프의 철학이나 장르에 따라 주방의 성격이 바뀔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주방이 만들어지나요.

주방이라는 공간은 최소한의 동선과 효율을 원칙으로 해요. 다만 음식과 공간을 타협하면 안 돼요. 주방은 특히 셰프의 성격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은데 셰프가 구상하는 메뉴에 따라 구획과 동선을 나눠서 제안해요. 메뉴의 조리에 필요한 기계와 스토리지, 조리공간까지 세부적으로 구성하죠. 심지어 쓰레기통 위치까지 우리가 자리를 잡아줘요. 위생적인 부분이니까요. 식재료 가공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서비스 후의 음식물 쓰레기, 가공한 식재료 보관, 조리 시의 식재료 보관 등 다양한 상황이 있거든요. 이게 다 위생과 연결되고 결국 서비스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죠. 셰프가 원하는 이상적인 주방을 듣고 우리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거죠.

강 셰프가 한남동에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센트럴키친이 있고, 그에 따른 각 업장의 키친도 별도로 있어요.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실과 가공실도 따로 있어서 식재료 처리 과정과 메뉴 작업 순서에 따라 동선을 짜고, 각 업장에서 부족한 재료가 생기면 시간차가 없도록 디자인하죠. 서비스에 막힘이 발생하면 안 되니까요.

다만 개인 업장이 아닌 기업이 운영하는 주방은 셰프의 철학을 강조하기보다 요리사에게 더 초점을 맞춰요. 예전에 셰프가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바뀌면서 시설을 완전 반대로 세팅한 경험도 있었거든요. 그런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전체적인 흐름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죠.

━ 주방을 잘 모르는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놓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많죠. 주방은 한식이나 양식, 중식, 일식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설비가 다르거든요. 프렌치와 이탤리언도 조리법이나 접근법이 달라요. 이탤리언은 프렌치보다 조리에 불을 더 많이 사용해요. 이런 이해가 부족하죠. 공조시스템이나 바닥에 매립된 설비와 배관도 마찬가지고요. 조리 공간에 배기시설이 있으면 그 용량에 맞는 급기시설이 있어야 쾌적해져요. 배수설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위생이나 안전과 바로 연결되죠. 유지 보수를 위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외식 공간은 최초 설계부터 중요해요. 주방의 채광이나 공조, 동선, 서비스 흐름, 유지까지 고려되어야 하니까요.

간혹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홀로 주방의 연기나 냄새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건 조리하는 메뉴와 배기 시스템을 처음부터 잘못 설계한 거죠. 배기와 급기 설비의 계산이 어긋나면 레스토랑 입구의 문이 쾅쾅 닫히거나 고객이 열거나 닫을 때 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래서 우리가 디자인하는 주방은 에어컨 위치도 우리가 정해요. 정확한 공조설계를 위해서요.



아툼(위), 무슈 벤자민(아래) ⓒ 유닛키친시스템

━ 국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첨단 시설 노하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모든 공간이 그렇지만 예산은 한정적이죠. 그래서 무조건 고급 장비를 추천하지는 않아요. 그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간이 우선이죠. 다만 환기 시스템이나 조명은 우리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어필하죠. 최근 조리흄이 외식 업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조리흄은 음식을 튀기거나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예요.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이죠. 그만큼 주방의 실내환경은 그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거든요. 쾌적하지 않으면 생산성도 감소해요. 쾌적한 온도에서 기온이나 습도가 5도씩 증가하면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할톤이라는 회사는 첨단 공조시스템 기술을 가진 회사인데 조리기기의 열량을 고려해서 풍량 산출부터 연기가 후드 밖으로 넘치지 않는 보조장치가 후드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어요. 국내에 이 시스템이 들어간 곳이 손에 꼽는데 이런 설비는 조리흄의 걱정을 덜어주죠. HCL 조명은 눈의 피로도를 확 줄여줘요. 요리사는 불이나 빛을 많이 보고, 근거리의 변화하는 물체를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어떤 조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방에 근무하는 사람의 컨디션에 차이가 발생하죠.

‘급속냉장고blast chillers’도 있어요. 오븐에서 음식을 꺼내자마자 식품의 향미와 일관성, 색상 및 영양성분까지 유지하면서 급속 냉장이나 냉동이 가능한 기계예요. 다기능 급속냉장고는 버튼을 누르면 급속 냉장 및 냉각 외에도 발효와 해동, 재생, 저온 살균 및 요리가 가능하고요. 가스렌지 크기의 기계 하나에 끓이거나 삶고, 볶고, 굽고, 튀기는 기능이 하나의 제품에 모두 들어 있는 다기능 조리기 iVARIO 라는 제품도 있어요. iVARIO는 유럽에서 몇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작년에 처음 소개가 되었어요. 해외 일부 소규모 업장에서는 급속냉장고/다기능조리기/콤비오븐 단 3개의 제품만 구비해두고 조리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해요. 조리 속도는 더 빨라지고 주방은 더 작아지죠. 이런 완성도 높은 ‘쿸칠 시스템Cook-Chill System’이나 조리기기들은 주방의 조리 인원부터 서비스, 매출까지 큰 변화를 가져오죠.

━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형태는 아니겠네요.

물론 우리가 미적으로 아름다운 주방을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주방 장비 자체에 들어가는 예산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아름다우면서 기능적으로도 뛰어난 주방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주방보다 사용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디자인에 중점을 두죠. 다만 단차나 마감 등 세부적인 디테일을 통해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주방을 만들어요.



(왼쪽부터 시계방향) 조안리 프라이빗 다이닝 키친, 한국카본 마곡 R&D 센터, 강희재의 취미공간 ⓒ 유닛키친시스템

글 | 디자인프레스 안상호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자료 제공 및 협조 | 유닛키친시스템

위로 스크롤